남의 과거가 우리 미래를 결정하게 내버려 두지 말자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정용훈
지진에 의한 원전 사고의 위험과 후쿠시마 사고 방사선 피폭에 의한 피해를 기정사실로 하면서(1,368명의 후쿠시마 사망자 거론 등) 무리하게 추진된 것이 탈원전 정책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진으로 원전에 사고가 난 적이 없으며 후쿠시마 사고로 방사선 피폭은 있었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나 총량이 미미(우리나라 지역별 방사선량 편차의 1/10 수준)하여 암발생도 사망자도 전혀 기대할 수 없다. 진앙지에 더 가까이 있었던 오나가와 원전처럼 침수에만 잘 대비했으면 사고가 없었을 것이다. 우리 원전도 침수에 대비가 되어 있다. 그래도 사고는 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설계와 같은 미국의 TMI-2 사고와 같이 외부누출은 없을 것이다. 당시 카터 대통령이 마스크도 없이 발전소 주제어실을 방문할 정도로 누출은 없었다.
여하간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수 없는 남의 나라 일을 근거로 추진된 탈원전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여러 가지 있다.
첫째, 정작 원자력 안전을 잃어버렸다. 원자력발전을 태생적으로 위험한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이제 더는 원전의 안전과 위험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과다 피폭될 경우 암에 걸릴 수도 있는 치명적 방사성 물질 극미량 검출”과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멸치나 전복을 먹으면 자연스럽게 섭취할 수밖에 없는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210은 대량 섭취하면 사망할 수 있으나 멸치 한 마리 전복 한 미 먹었다고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원전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무리 사소한 것도 모두 중대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모든 리소스를 그저 먼저 일어나는 일에 쏟아붓고 있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다. 쏟아져 들어오는 환자 중에 누가 감기환자인지 누가 심정지 환자인지 구분할 능력이 없다면? 게다가 구분할 의도가 애초에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극히 위험하다.
둘째, 기후위기를 대처할 중요한 무기를 잃어버렸다. 원자력은 24시간 가동 가능한 무탄소 전원이지만 태양광은 하루 4시간 사용이 가능할 뿐이다. 나머지 20시간을 다른 무언가로 채워야 한다. 가스발전도(결국 비싼 화석연료), 배터리 저장(수일 규모 대규모 저장 불가)도, 수소 저장(효율과 경제성 부족)도 일부분을 담당할 뿐 20시간에 대한 답이 될 수는 없다. 결국 무탄소 전원의 조합으로 풀어야 할 문제인데 유용한 도구인 원자력이 애초에 버려져 버렸다. 원자로는 경직되어 있다는 일각의 오해와 달리 잠수함과 항공모함을 기동할 만큼 출력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 배터리나 수소와 조합하면 충분히 20시간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셋째, 미래 기술개발의 동력을 상실했다. 소형모듈원전(SMR)이나 차세대 신형 원전을 개발하는 것은 인력과 실증이 동반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수출할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개발할 고급 인력은 시간이 가면서 줄어들고, 실증건설을 위해 필요한 제작업체는 하나 둘 문을 닫고 있으며, 탈원전으로 국내건설은 생각도 할 수 없다. 이런 마당에 위험해서 탈원전하는 나라의 원전을 인심 좋게 사 주겠다 나서는 나라는 찾을 수 있을까?
남의 과거가 우리 미래가 된다는 주장은 과학기술의 역할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다. 우리 미래는 우리가 결정하고 개척할 수 있다. 국익도 문제지만 국격과 자존심의 문제다.